이제 며칠 있으면 민족 대명절인 설날입니다.

설날의 의미는

풍년을 기원하고 조상께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고, 개인과 가족,

공동체의 건강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으며

설날에는 세시풍속으로 차례, 세배, 설빔, 덕담, 문안비, 설 그림,

복조리 걸기, 야광 귀쫓기, 청참, 윷놀이, 널뛰기, 머리카락 태우기 등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였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 설날은

가슴 설레며 들뜬 마음으로 ‘설’을 기다렸고, 세뱃돈도 받고, 맛있는

음식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옷이나 신발 등

설빔을 덤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날이 마냥 기다려졌습니다.

어릴 적 설빔으로 새 옷을 받아 들고선 기뻐 어쩔 줄 모르던 시절,

설날 아침에 입을 옷을 전날 밤 입어보곤 윗목에 가지런히 놓고 새해

새날이 밝기만 기다린 적도 있고, 때때옷은 아니더라도 행여 누가

설빔을 훔쳐가기라도 할 것 같아 밤잠을 설치며 뜬눈으로 지새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70년대 새마을 운동으로 새벽종을 울리던 시절에는 설빔으로

운동화·양말·내복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당시에는 운동화 사 신기도

어려웠던지라 발이 커가면서 신발에 맞추어 오래도록 신으라고 현재의

 발 사이즈보다 큰 신발을 사 주시는 것이 다반사였고,

80년대, 그래도 형편이 좀 나아지면서 나이키 운동화에 운동복 한 벌을

설빔으로 받으면 기분 좋은 한 해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두툼한 점퍼까지 선물로 받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었으며 겨울바람을 막아줄

나일론 점퍼가 그해 겨울 최고의 선물이었으며, 추위를 달래기 위해

모닥불이라도 피운 날이면 일렁이는 불꽃에 나일론 점퍼는 쪼그라들어

보기 흉하게 변형되기 일쑤였으며 볼품없게 변형된 점퍼에는 군데군데

짜깁기한 흔적이 볼썽사납기까지 했으나 그래도 그 나일론 점퍼를 입고

매서운 한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시대가 변하면서 설빔을 준비하는 풍습도 많이

바뀌었지만, 설빔으로 색동저고리가 아니더라도 자녀들이 원하는

휴대전화나, 게임기 등을 선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현금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분위기인지라 설빔이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 이젠

아련한 추억 속으로 퇴색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까지 합니다.

이번 ‘설’ 명절에도 반겨줄 부모형제, 친지, 정겨운 고향산천이 있기에

힘들고 고단한 역정에도 고향을 찾은 귀성객이 2천만 명을 넘어설

거라고 합니다. 늘 아쉬워하면서도 새해 새날 아침에는 고운 설빔 대신

세뱃돈을 아이들 손에 쥐어주고 덕담으로 또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

모두는 편리함만 추구하는 물질문명의 피해자는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릴 적 아련한 추억이 있기에 그래도 ‘설’은 우리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명절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 성도님들 가족들과 함께 화평하고 성령 충만한 즐거운

명절 되시길 바라며

고향 가는 길, 귀향 하는 길 안전운행 하시길 바랍니다.

                                               2014. 1. 27일     허 윤주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