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교회의 조덕삼 이야기 

                                이춘복 목사(시드니 새벽종소리명성교회)
 
 
   전북 금산 모악산 기슭에 금산교회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 교회는 1905년에 선교사 ‘테이트’라는 분에 의해서 세워진 교회입니다. 이 교회가 세워질 당시에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해서 남녀가 서로 같이 나란히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예배당을 ㄱ자로 짓고 한 쪽 날개는 남자 석, 한 쪽 날개는 여자 석, 목사님은 ㄱ자 모퉁이에 서서 예배를 인도하셨습니다. 우리나라에 ㄱ자 교회들이 있습니다만 원형이 보존되어서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이 교회뿐입니다.

   그런데 이 교회에 조덕삼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분은 그 일대에서 가장 큰 부자였고, 대대로 유교를 믿었던 보수적인 가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테이트’ 선교사가 복음을 전했고, 그가 예수님을 영접함으로 그의 사랑채에서부터 시작된 교회가 바로 금산교회입니다.

   이 조덕삼의 마부로 일하던 사람이 경상남도 남해 사람인 이자익이라는 청년이었습니다. 그는 3살 때 아버지를 잃고 6살 때 어머니마저 읽은 고아였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곡창지대라는 전라도 김제까지 왔다가 조덕삼의 집에서 마부로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주인 조덕삼을 따라서 금산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교회가 성장해서 교인이 100명쯤 되었을 때 장로님 한 분을 피택하게 되었습니다. 장로 후보에 조덕삼과 그의 마부 이자익이 함께 후보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해 보니까 놀랍게도 주인 조덕삼은 떨어지고, 그의 마부 이자익이 장로로 피택 되었습니다. 양반과 상놈을 따지던 시대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천지가 개벽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조덕삼은 이 교회의 결정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교인들에게 "나는 이자익 장로님을 잘 받들어서 교회를 더욱 잘 섬기겠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는 주인과 마부로, 교회에서는 평신도와 장로님으로 두 사람 모두 열심히 자기 직분을 잘 감당했습니다. 후에 조덕삼도 장로가 되었지만 선임 장로인 이자익을 잘 받들었고, 이 교회에서 이자익을 평양신학교에 보내서 공부를 시켜 목사가 되게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목사가 된 이자익은 금산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을 3번씩이나 역임한 한국교회사에 전무후무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금산교회를 방문해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스도의 복음 아래서 우리 안에 있었던 많은 장벽들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 그 생생한 증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인과 종이라고 하는 수백년 동안 지배했던 계층의 벽이 그리스도의 복음 아래서 일순간에 완전히 극복되어졌고, 영남 사람이 호남지역에 와서 장로가 되고 목사가 되고 총회장이 되기까지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해외에 나와서 살고 있는 교포이지만 두고 온 조국을 한번도 잊어버리고 산 날은 없습니다. 우리는 예배드릴 때마다 언제나 조국의 번영과 안정 그리고 평화 통일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빼앗긴 자들만이 그 소중함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행기를 타고 시속900키로로 날아가도 10시간 이상 가야 하는 지구 반대쪽에 살고 있지만, 언제나 안테나를 그쪽으로 돌리고 혹시 무슨 좋은 소식이 있나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수상을 새롭게 뽑는 선거가 있어도 언제 지나갔는지도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여기 호주와는 달리 요즘 한국에서는 금년 말에 있을 대선 때문에 벌써부터 난리인 것 같습니다.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갈 것이고, 그리고 누군가 17대 대통령으로 뽑히게 되겠지만, 투표 결과를 놓고 지역간에 확연히 들어난 지역갈등의 벽을 다시 확인하게 되지나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주님은 평화이십니다. 그분은 중간에 막힌 담을 허시는 분입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남자와 여자, 종과 주인, 남과 북, 영남과 호남, 그리고 어린이와 어른이 주님의 피로 한 몸을 이루어 가는, 벽이 없는 세상을 건설해 가야 할 것입니다. (2007. 1. 29. 교회와신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