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를 돌아보며...

전창수 목사

양문교회에 부임한지도 이제 7개월을 향해 하고 있습니다. 뒤를 돌아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의 흐름은 정말이지 빠른 것 같습니다. 지나간 시간도 소중하지만,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기에, 그 시간들을 더욱 의미있게 보내기 위해서 상반기 동안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하나님의 은혜는, 영적인 쉼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사실, 부임 초기에 나의 영적인 상태가 그리 양호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접고 배움의 열정 하나로 선택했던 지난 교회에서의 사역이 나에게 많은 아픔을 가져다 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부터 평신도를 세우는 사역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그에 맞는 훈련을 받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결정한 사역지였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고,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황당한 일들로 인해 많은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열정이 뜨거웠던 것만큼 실망감도 컸으며, 부교역자 였지만 목회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로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새로운 사역을 시작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하나님은 저를 양문교회로 인도하셨고, 이곳에서 지친 마음이 쉼을 얻고 회복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부임하기 전에 목사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성경적인 교회론에 입각한 건강한 교회를 꿈꾸고 있는 목사님과 교회를 만나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많은 위안이 되었던 것입니다. 6개월여의 사역기간동안 건강한 교회를 실현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도 하였지만, 분명하고 올바른 가치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지금의 형편과는 상관없이 마음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열정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아울러, 양문 공동체에서의 제 위치와 역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평신도를 동역자로 삼아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 소통을 중요시 여기며, 하나됨을 중요시 여기는 흐름 속에서 저의 위치와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부교역자라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담임목사님을 보필하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뜻을 같이 하고 삶을 나누며, 때론 다른 생각과 의견이 있을 때에 충분한 대화를 통하여 합의를 거쳐 공론화 시키는 인격적인 관계가 요구되었습니다. 성도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단순히 교역자가 주도하는 심방 위주의 사역보다는 평신도 지도자들을 세우기 위해서 그들을 알아가고 격려하며 도움을 주는 역할들을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아직은 부족함이 많지만, 시간을 두고 관계 안에서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어서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드리게 되었습니다.

상반기 때 경험한 또 다른 은혜는, 겸손을 넘어 하나님께 굴복하는 믿음에 대해서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청년부를 대면하면서 이러한 것들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청년부 사역에 대한 많은 경험이 있었고, 나름대로 부흥에 대한 노하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문교회에서 맡게 된 청년부는 또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과 기술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냥 답답하고 막막했습니다. 이러한 막막함 속에서 생각난 것은, 바로 창세기 32장에 나오는 얍복나루에서의 야곱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방법과 지혜대로 살아온 야곱이 하나님께 굴복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준 사건! 그 굴복이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모습 그대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의 내용도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하나님 보다 앞서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모든 경험과 방법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고 따라가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 기도가 나에게는 특별한 기도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늘 고백해 왔던 것처럼 그야말로 주님만 바라보는 사역의 길을 걸어가기 위해서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반년동안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크고 작은 은혜들이 많이 있습니다. 총회 교육을 통하여 배움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신 은혜, 교구 사역을 통해 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신 은혜, 아내와 아이들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 등등 하나님은 그야말로 은혜가운데 나와 동행하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반기를 통해 베풀어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발판 삼아 앞으로 펼쳐질 시간들 속에서 더욱 양문 공동체의 한 가족으로서 건강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을 해 봅니다. 감사합니다.